중국 UBTech 휴머노이드 로봇 ‘Walker S2’, 미국 반도체 공장에 투입

2025년 12월 15일

UBTe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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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BTech의 Walker S2,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 공장에 배치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업체 UBTech Robotics가 미국 반도체 시장에 진출했다. 현지 시간 12월 14일, 미국의 대표적인 반도체 기업인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exas Instruments, 이하 TI)가 UBTech와 전략적 협력을 체결하고, UBTech의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 Walker S2를 구매해 자사 생산라인에 배치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현재 해당 로봇들은 TI의 생산 시설에서 배치 및 조정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번 협력은 단순한 로봇 구매를 넘어서는 것으로, UBTech는 향후 휴머노이드 로봇의 핵심 부품에 TI의 반도체 소자를 더욱 많이 도입할 예정이며, 양측은 휴머노이드 로봇 제품, 기술, 실제 응용 분야에서 심도 있는 교류와 협력을 진행할 계획이다. 특히 반도체 제조업에서의 휴머노이드 로봇 활용에 대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1930년 설립되어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 본사를 둔 TI는 아날로그 및 임베디드 프로세싱 칩 설계, 제조, 판매를 주력으로 하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다. 2025년 3분기 기준 TI의 분기 매출은 47억 4,2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으며, 분기 영업이익은 16억 6,3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하는 등 견조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이번 소식이 전해진 후 UBTech의 주가는 즉각 반응을 보였다. 오늘 개장가는 117 홍콩달러였으며, 발표 시점 기준 최고가는 120.6 홍콩달러를 기록했고 거래액은 5억 5,300만 홍콩달러에 달했다. 며칠 전 UBTech는 홍콩거래소의 ‘테크 100 지수(港交所科技100指数)’에 선정되기도 했다.

자동 배터리 교체 기술 탑재한 Walker S2

Walker S2는 UBTech가 올해 7월 발표한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여러 혁신적인 기술을 탑재하고 있다. 가장 주목할 만한 특징은 세계 최초로 자율 배터리 교체 기술을 적용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Walker S2는 주 7일 24시간 중단 없이 작업이 가능하다. 기존 로봇들이 배터리 충전 시간으로 인해 작업 중단이 불가피했던 것과 비교하면 혁신적인 발전이다.

기술적으로도 Walker S2는 진화한 군뇌 네트워크(群脑网络) 2.0 시스템인 BrainNet 2.0과 세계 최초로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 본체 전용 에이전트 기술인 Co-Agent를 탑재했다. 이를 통해 개별 로봇의 자율 작동은 물론, 여러 대의 로봇이 협업하는 군집 협동 작업도 가능하다. 이는 테슬라의 옵티머스(Optimus)나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Atlas) 등 글로벌 경쟁 제품들과 견줄 수 있는 수준으로 평가 받고 있다.

UBTech는 올해 500대의 Walker S2 로봇을 스마트 제조 산업에 투입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이번 TI와의 협력은 그 계획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수주 폭발, 중국 AI 기업도 고객

올해 하반기 들어 UBTech는 Walker S2에 대한 대규모 주문을 잇달아 확보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12월 10일에는 중국 내 선도적인 AI 대규모 언어 모델(LLM) 기업과 5,000만 위안(약 95억 원) 이상의 휴머노이드 로봇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주요 제품은 Walker S2이며, 올해 내 납품을 완료할 예정이다.

이 계약에서 주목할 점은 UBTech가 단순히 로봇 하드웨어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UBTech는 협력사가 자체 개발한 AI 대모델을 로봇 본체와 통합하고 2차 개발할 수 있도록 필요한 로봇 데이터 인터페이스와 기술 역량을 개방한다. 기초 제어, 다중 모달 감지부터 고급 작업 계획까지 여러 단계의 협업 개발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며 기술 인도 및 지원 계획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 AI 업계가 구글의 PaLM-E나 OpenAI의 피지컬 인텔리전스(Physical Intelligence) 연구처럼 대규모 언어 모델과 로봇 제어를 결합하는 ‘구현체 AI(Embodied AI)’ 연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UBTech는 하드웨어 플랫폼 제공자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는 동시에, AI 생태계와의 협력을 통해 더 지능적인 로봇 개발을 가속화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11월에는 연이어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먼저 지우장시(九江市) 휴머노이드 로봇 데이터 수집 및 훈련 센터 프로젝트로 1억 4,300만 위안(약 272억 원), 광시(广西) 국경 항구 프로젝트로 2억 6,400만 위안(약 502억 원), 쓰촨성 쯔공(自贡) 데이터 수집 센터로 1억 5,900만 위안(약 302억 원)의 주문을 확보했다.

10월에는 광시 구현 지능 데이터 수집 및 테스트 센터 설비 구매 및 설치 프로젝트로 1억 2,600만 위안(약 240억 원), A주 상장 유명 자동차 과학기술 기업으로부터 3,200만 위안(약 61억 원)의 휴머노이드 로봇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데이터 수집부터 제조까지, 휴머노이드 로봇 생태계 구축

UBTech가 하반기에 수주한 프로젝트들의 성격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패턴이 발견된다. 상당수가 ‘데이터 수집 및 훈련 센터’ 관련 프로젝트라는 점이다. 이는 중국 정부와 지방 정부가 AI 발전의 핵심 인프라로 휴머노이드 로봇 데이터 축적을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방대한 양의 움직임 데이터, 환경 인식 데이터, 작업 수행 데이터가 필요하다. 테슬라가 자율주행 데이터를 수년간 축적해온 것처럼, 휴머노이드 로봇 역시 실제 환경에서의 데이터가 성능 향상의 핵심이다. 중국은 이를 국가 차원의 전략 산업으로 인식하고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자동차 산업과 반도체 제조업으로의 진출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단순 데모를 넘어 실제 산업 현장에 투입되는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특히 반도체 제조는 극도로 정밀한 작업 환경이 요구되는 분야로, TI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중국산 휴머노이드 로봇을 도입했다는 것은 기술 수준에 대한 신뢰를 의미한다.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경쟁 본격화

UBTech의 미국 시장 진출은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테슬라의 옵티머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 아질리티 로보틱스(Agility Robotics)의 디지트(Digit) 등 미국 기업들이 주도해왔다.

그러나 중국 기업들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UBTech 외에도 Unitree의 G1, LimX Dynamics의 P1 등이 주목 받고 있으며, 샤오미도 CyberOne을 개발 중이다. 중국 기업들의 강점은 제조 능력과 비용 경쟁력, 그리고 대규모 내수 시장이다.

한국 기업들도 이 흐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그룹이 로봇 기술에 투자하고 있지만,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는 아직 뚜렷한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할 경우, 한국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핵심 부품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시장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제조업 자동화 경쟁에서 뒤처질 위험도 있다.

미중 기술 경쟁 속 이례적 협력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이번 TI와 UBTech의 협력은 다소 이례적이다. 미국은 최근 중국의 첨단 기술 발전을 견제하기 위해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등 다양한 조치를 취해왔다. 그럼에도 TI가 중국산 휴머노이드 로봇을 도입한 것은 현실적인 생산성 향상 필요와 기술 수준에 대한 인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TI 입장에서는 자동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과 인건비 절감이 시급한 과제다. 미국의 높은 인건비와 인력난을 고려할 때, 휴머노이드 로봇은 매력적인 대안이다. UBTech의 Walker S2가 24시간 무중단 작동이 가능하고 복잡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면, 투자 대비 효과가 충분하다는 판단일 것이다.

향후 이러한 협력이 확대될지, 아니면 미국 정부의 규제로 제한될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다만 기술의 실용성과 경제성이 때로는 지정학적 긴장을 넘어설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은 정부 지원, 풍부한 제조 경험, 그리고 빠른 상용화 능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UBTech의 이번 미국 진출은 그 기술력이 글로벌 수준에 도달했음을 입증하는 상징적 사건이며, 향후 제조업의 자동화 흐름에서 중국 기업들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