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대학교 MaRS 실험실에서 나온 젊은 박사 창업팀이 로봇의 공간 인식과 기억 능력을 혁신적으로 개선하는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류싱테크놀로지(Liuxing Technology, 留形科技)가 바로 그 주인공으로, 로봇에게 인간의 뇌에서 공간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체’ 역할을 하는 센서 모듈을 개발해 주목 받고 있다.

홍콩대 실험실에서 탄생한 공간지능 스타트업
류싱테크놀로지의 창립자이자 CEO인 친유밍(秦佑铭)은 미국 버지니아공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후 홍콩대학교에서 무인기 연구로 박사과정을 밟았다. 또 다른 주요 창립자인 CTO 쉬웨이(徐威)는 베이징항공항천대학에서 학부와 석사를 마치고 친유밍과 같은 지도교수 밑에서 박사 과정을 수행했다.
이들이 몸담았던 홍콩대 MaRS 실험실은 무인기 설계와 내비게이션, 라이다(LiDAR)와 SLAM 기술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다. 실험실 책임자인 장푸(張富) 교수는 DJI의 고문 과학자이자 Livox 라이다 개발 책임자 중 한 명으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류싱테크놀로지의 기술 전략 고문을 맡고 있다.
친유밍 CEO는 “학부 시절부터 로봇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 미국에서 로봇 동아리를 만들어 DJI의 로보마스터 대회에 참가했는데, 실험실에서 로봇을 직접 제작할 때 모듈화된 부품, 특히 인식 부분을 즉석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 거의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창업 배경을 설명했다.

로봇의 공간 기억 문제를 해결하는 ‘해마체’ 센서
류싱테크놀로지가 개발한 제3세대 센서 ‘Odin1’은 전 세계 최초로 공간 인식, 공간 기억, 공간 회상을 하나로 통합한 표준화 모듈이다. 이는 기존 로봇들이 가지고 있던 공간 기억 능력의 공백을 채우는 혁신적인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인간이 복잡한 거리를 자유자재로 다니며 때로는 내비게이션 없이도 정확한 목적지를 찾을 수 있는 것은 뇌의 ‘해마체’ 덕분이다. 해마체는 공간 인식과 기억을 담당하는 핵심 기관으로, 마치 내장된 지도처럼 작동해 복잡한 환경에서도 길을 기억하고 찾을 수 있게 해준다.
반면 로봇이 원격 조작에 의존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작업을 수행하려면, 의사 결정을 담당하는 대뇌와 운동 제어를 담당하는 소뇌 외에도 전용 ‘해마체’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작업 수행 시 지속적인 공간 기억과 이해 능력을 갖추고 환경 지도를 구축하고 기억할 수 있다.
친유밍 CEO는 “류싱테크놀로지는 ‘소프트웨어로 하드웨어를 먹여살리는’ 회사”라고 표현했다. 알고리즘 전문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하드웨어 판매로 수익을 실현한다는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는 뜻이다.

대형 변전소 순찰부터 도시 지하시설까지 다양한 활용
Odin1은 특히 사족 로봇과의 협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대형 변전소 순찰 프로젝트를 예로 들면, 변전소는 고온 환경에서 넓은 범위의 작업이 필요하고 터널 같은 3차원 인식 능력이 중요한 환경을 통과해야 하며, 안정적인 위치 데이터 제공이 필수적이다.
이런 환경에서 기업들은 먼저 류싱테크놀로지의 공간 인식 모듈로 변전소 지도를 구축하고, 지도 내에 순찰이 필요한 지점들을 표시한다. 이후 작업자가 류싱의 SDK를 통해 로봇과 통신을 설정하면, 로봇이 자율적으로 순찰 업무를 완수할 수 있다.
회사는 현재 50여 명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대부분이 연구개발 인력이다. 알고리즘과 하드웨어 분야 엔지니어를 중심으로 대규모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알고리즘에서 출발해 상위 하드웨어 설계에 요구사항을 제시하고, 하드웨어가 소프트웨어에 맞춤형으로 설계되도록 하는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Liuxing Technology, 연속 3라운드 투자 유치로 빠른 성장세
류싱테크놀로지는 2024년 9월 진거펀드(真格基金)로부터 시드 라운드 투자를 받았고, 같은 해 10월에는 준성투자(君盛投资)의 엔젤 라운드 투자를 유치했다. 올해 6월에는 훙이투자(弘毅投资) 등이 참여한 수천만 위안 규모의 Pre-A 라운드 투자를 완료했다.
친유밍 CEO는 “류싱테크놀로지가 선택한 공간지능 분야는 대형 언어모델과는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 언어모델이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인터넷상에 무한에 가까운 언어 데이터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간지능에 필요한 공간 모델링, 정밀 인식, 공간 기억 능력에 대응하는 공간 데이터는 극도로 희소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2D 사진은 공간 데이터가 아니다”라고 명확히 구분했다. “현재 지구상의 카메라 수는 인구 수를 능가할 수 있지만, 3차원 데이터를 빠르게 획득할 수 있는 장비는 손에 꼽힐 정도이고, 주석이 달린 3차원 데이터는 더욱 적어 학술계에서도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고 현실을 진단했다.

천 위안대 가격으로 공간지능 대중화 목표
류싱테크놀로지는 현재 두 가지 핵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나는 공간 데이터 획득 문턱을 낮춰 하드웨어를 더 저렴하게 만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대학과 협력해 공간지능 데이터셋을 공동 구축하는 것이다.
가격 면에서 첫 번째 목표는 스마트폰 수준의 가격대에 도달하는 것으로, 현재 이미 천 위안(약 20만원) 급 가격을 실현했다. 다음 목표는 천 위안 이하로 가격을 낮추는 것이다. 그 시점이 되면 공간지능 제품이 사치품이 아닌 범용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친유밍 CEO는 “현재 공간 인식 분야에는 iToF, dToF, 구조광 방식을 채용한 모듈을 출시하는 기업들이 많지만, 공간 기억 문제를 체계적으로 해결하거나 공간 기억 전용 제품을 출시한 곳은 없다”고 차별점을 강조했다.
미래 모든 이동형 로봇의 필수 부품으로 성장 목표
회사의 제품 라인업은 크게 두 분류로 나뉜다. 첫 번째는 스캔 측량 분야의 MindPalacePocket 시리즈로, “1kg 이내 실시간 컬러 3차원 인식 지도 작성 이동형 스캐너”로 정의되는 제품이다. 전문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며 소니의 Cinema line 시리즈처럼 다양한 확장 기능을 지원하면서도 조작이 간단하다.
두 번째는 Odin1 시리즈 같은 로봇 모듈로, 로봇의 공간 인식 문턱을 낮추는 것이 핵심 목적이다. 현재 Odin1은 사족 로봇과 륜족(바퀴+다리) 로봇, 야외 로봇, 정원 로봇 등에 적용되고 있으며, 미래에는 휴머노이드 로봇에서도 관련 수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흥미롭게도 Odin1의 크기가 인간의 눈과 비슷해서, 첫 번째 고객 중에는 시각장애인용 안내봉과 결합해 내비게이션 용도로 사용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친유밍 CEO는 “5-10년 후 류싱테크놀로지가 진정한 로봇의 ‘해마체’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비전을 밝혔다. “포유류가 모두 공간 기억을 담당하는 세포를 가지고 있고, 인간이 해마체로 공간 기억을 저장하는 것처럼, 미래에는 이동하고 공간 인식 기능이 필요한 모든 로봇이 류싱의 제품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현재 로봇 산업이 국가 정책의 강력한 지원과 자본 시장의 높은 관심을 받으며 다양한 기업들이 진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류싱테크놀로지 같은 전문화된 기업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공간지능이라는 핵심 기술 영역에서의 돌파구는 로봇이 진정한 자율성을 갖추고 일상생활에 깊숙이 스며들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